거리 한가운데에서 얼굴을 가리고 울어보았지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선 채로 기다렸어, 그득 차오르기를
모르겠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갔는지
거리 거리, 골목 골목으로 흘러갔는지
누군가 내 몸을 두드렸다면 놀랐을 거야
누군가 귀 기울였다면 놀랐을 거야
검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
깊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
둥글게
더 둥글게
파문이 번졌을 테니까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알 수 없었어, 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니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영원히 죽었어, 내 가슴에서 당신은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도 있을 때였지
그렇게 다시 깨어났어, 내 가슴에서 생명은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p.36.
잠을 잘 수 없는 날들.
도무지 언어는 나와주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는 있구나......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