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가장 서러운 곳으로 가서
농담 한 송이 따서 가져오고 싶다
그 아린 한 송이처럼 비리다가
끝끝내 서럽고 싶다
나비처럼 날아가다가 사라져도 좋을 만큼
살고 싶다
-「농담 한 송이」, 허수경,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문학과지성사, 2016, p.11.
기쁜 일이 있고 난 직후, 나란 사람은 그 기쁨을 오롯이 간직하지 못하고 서글퍼진다.
형벌 같은 서글픔을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나란 사람......
시작이 없는 관계에선 끝이 없으니까. 끝나지 않을 이야기.
얼굴을 보고, 손을 잡고 위로의 이야기를 건네고 싶지만 그럴 수 없었던 시간들.
잘 지내주어 고맙고 감사할 뿐.
그리울 틈이 없이 살고 싶다. 가볍고 가볍고 또 가벼운, 형체 없는 더미로 살고 싶은 날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