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방
누가 꺼버렸나? 너를 보내고
홀로 돌아와야 할 나를 위하여
불을 켜놓고 나왔는데,
유리방 속에서 홀로 애단
빛의 기다림 터져버렸구나
날이 선 알전구의 밑동을 빼내자
둥글게 드러나는 빈방의 뿌리
환한 날을 손꼽아 마주 걸었던 새끼손가락
덩굴손이 툭 끊어져 있구나
이마가 끓는 유리알 속에
퉁퉁 부은 얼굴 하나 떠오르는구나
네가 아주 가버린다면
나는 철철 손가락을 물어뜯으며
깜깜해질 것이다. 새끼손가락도 없이
허공으로 덩굴손을 들이미는 표주박처럼
빈방만 주렁주렁 매달릴 것이다
화촉도 켜보지 못한 빈방,
그런 폐가의 지붕이나 밝히는 박꽃처럼
지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릴 것임을, 아는가
너만이 나를 꺼버릴 수 있음을
이정록('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시집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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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시집들을 뒤적이다
그 사람의 글귀를 발견하고
구멍 뚤린 심장이 찌르르하고 운다
껍질 뿐인 삶.....
幻.......................환.........................허깨비............
그 사람의 글귀를 발견하고
구멍 뚤린 심장이 찌르르하고 운다
껍질 뿐인 삶.....
幻.......................환.........................허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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