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려진다는 것

 

 

 

도(道)는 도라 말하면 영원한 도가 아니고, (道는 可道면 非常道라)
이름(名)은 불려지면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名은 可名이면 非常名이라)

 

규정되어진다는 것, 정의되어진다는 것.

내가 알고 있는 것과 타자가 알고 있는 것은 각 개체의 관점과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으로 다르게 비치고 각각의 시선만큼 다양하게 인식된다. 우리가 사용하는 기호들과 약속으로 정해 놓은 언어이라는 것은 과연 개체들로 하여금 진정한 소통이 가능하게 하고 있는 것일까? 무언가를 하나의 단어, 하나의 문장, 하나의 행동으로 정해 표현하고 나면 그 외연성은 사라져 버린다. 단정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몸에 체화되어 있는 비법 또는 기술 같은 것은 말로 규정해서 전달할 수가 없다. 글과 언어, 행동으로 내놓음과 동시에 이미 그것은 비법, 기술이 아닌 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비법은 말로, 글로, 특정 행동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부의 비법과 기술, 사랑의 비법과 기술이란 것들은 규정하거나 정의 내려 전달할 수 없다는 말이다. 모든 것을 공감, 공유해도 전달할 수 없는 것을 말로, 글로, 행동으로 전달된다는 것은 역설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 역시 또다른 규정일 수 있다. 모든 것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이름 지어 준다는 것, 이름으로 불려진다는 것.

무언가를, 누군가를 특정한 틀에 가두어 섣부르게 판단 내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무의식 중에 지역으로, 특정 집단으로, 연령으로, 남녀 등으로 자기 마음대로, 시선대로 판단 내리고 평가하려 든다. 정 반대의 모습으로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의심의 이득'이라는 말이 있다. 완벽한 증거가 없는 이상 믿지 않고 의심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보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의 말과 글과 행동은 실전이다. 연습이 없다. 그러니 매 순간 스스로를 다독이고 몸에 체화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름 지어 부르기 전에 스스로의 시선을 의심해 보자. 나의 판단이 누군가에겐 되돌릴 수 없는 상흔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 걸기의 처음으로 삼아야 한다.

 

해석의 즐거움, 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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