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우적거리며 읽다;
[20200424 - 20200522]
지구는 광대한 우주의 무대 속에서 하나의 극히 작은 무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조그만 점의 한 구석의 일시적 지배자가 되려고 장군이나 황제들이 흐르게 했던 유혈의 강을 생각해 보라. 또 이 점의 어느 한 구석의 주민들이 거의 구별할 수 없는 다른 한 구석의 주민들에게 자행했던 무수한 잔인한 행위들, 그들은 얼마나 빈번하게 오해를 했고, 서로 죽이려고 얼마나 날뛰고, 얼마나 지독하게 서로 미워했던가 생각해 보라.
우리의 거만함, 스스로의 중요성에 대한 과신, 우리가 우주에서 어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망상은 이 엷은 빛나는 점의 모습에서 도전을 받게 되었다. 우리 행성은 우주의 어둠에 크게 둘러싸인 외로운 티끌 하나에 불과하다. 이 광막한 우주공간 속에서 우리의 미천함으로부터 우리를 구출하는 데 외부에서 도움의 손길이 뻗어올 징조는 하나도 없다. - 칼 세이건, 『창백한 푸른 점』, 사이언스북스, 2001, p.26.
빛도 유한한 속도로 여행하기 때문에 엄청나게 먼 곳을 관측하는 거대한 망원경들은 아주 먼 옛날을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태양은 8분 전의 모습이며, 가장 가까운 별은 4년 전의 모습이다. 인류의 조상이 처음으로 똑바로 서서 걸었던 것은 가장 가까운 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빛이 200만 년 동안을 여행을 처음 시작했을 때였다.
우리를 향해 오는 가장 오래된 빛은 약 140억 년 전의 것이다. 이 빛은 지구는 물론 가장 오래된 별들이 생기기 전에 출발했다. - 레너드 서스킨드, 『우주의 풍경』, 사이언스북스, 2011, p.221.
우주 이야기를 읽으면 서글픔이 밀려온다.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에게서 왜 나는 슬픔을 느끼는 것인지. 오래전에 읽고 다시 읽은 책도 있고, 새로이 구매해 읽은 책도 있다. 그리고 책장엔 질러놓고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있다. 또 그리고...... 지르고 싶은 책들도 있고...... 더 무엇을 쓸 것인가. 이 미미한 존재는 미미하고 계속 미미하고 싶다.
꽃피는 어느 봄날 내가 돌던 궤도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갈 곳도 없고, 가고 싶은 곳도 없고, 오라는 곳도 없지만 이곳 아닌 다른 곳에서 다른 미미한 존재가 되어 미미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놓쳐버린 수많은 선택의 기회가 아직은 존재하는 그런 곳에서....... 눈물이 나는 이유는 어제 마신 술이 아직 깨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새벽 헛소리를 늘어놓으면서 눈물이라니. 망한 기분, 이번 지구별에서의 삶은 망한 기분이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미미한 존재이고 미미하고 계속 미미하고 싶으니까. ㅡㅡ; 이제 바쁜 아침, 미미한 존재는 오늘도 미미한 삶을 계속 살아야 한다. 언제까지 살아야 하나? 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