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







[20200525 - 20200620]



세상은 모두 동일한 것으로 돌아오지만 그것으로 향하는 길은 다양하고, 모두 하나에 이르지만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天下同歸而殊途, 一致而百慮

주역 계사전에 나오는 말이다. 자연은 동일하지 않다. 차이가 있다. 이렇게 차이 나는 것들 사이의 차이를 없애 동일화하는 것은 오히려 폭력일 수 있다. 문제 삼아야 하는 건 차이 지움이 아니라, 차이를 차별로 만들어 버리는 불공정한 원칙과 기준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차이를 조절하여 조화시키는 공명정대한 원칙과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차이를 차별로 만들어 버리거나, 억압적으로 동일성을 강제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 심의용, 『세상과 소통하는 힘, 주역』, 아이세움, 2007, p.178.



周公曰 嗚呼 君子 所其無逸

先知稼穡之艱難 乃逸 則知小人之依

相小人 厥父母 勤勞稼穡

厥子 乃不知稼穡之艱難 乃逸 乃諺 旣誕

否則 侮厥父母曰 昔之人 無聞知        - 周書, 「無逸」


군자는 무일無逸(편안하지 않음)에 처해야 한다. 먼저 노동(稼穡)의 어려움을 알고 그 다음에 편안함을 취해야 비로소 백성들이 무엇을 의지하여 살아가는가(小人之依)를 알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건대 그 부모는 힘써 일하고 농사짓건만 그 자식들은 농사일의 어려움을 알지 못한 채 편안함을 취하고 함부로 지껄이며 방탕 무례하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를 업신여겨 말하기를, 옛날 사람들은 아는 것(聞知)이 없다고 한다. 


이 글은 주공이 조카 성왕成王을 경계하여 한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형인 무왕武王이 죽은 후 어린 조카 성왕을 도와 주나라 창건 초기의 어려움을 도맡아 다스리던 주공의 이야기입니다. 군주의 도리로서 무일無逸하라는 것이지요. 안일에 빠지지 말 것을 깨우치고 있습니다. 

이 「무일」편에서 개진되고 있는 무일 사상無逸思想은 주나라 역사 경험의 총괄이라고 평가됩니다. 생산 노동과 일하는 사람의 고통을 체험하고 그 어려움을 깨닫기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신영복, 『강의』, 돌베개, 2004, p.70.



인생 백 년 사는 동안 하루하루가 작은 문제들의 연속이었네. 제일 좋은 방법은 내버려 두는 것. 그저 가을바람 불어 귓가를 스칠 때까지 기다리세. - 지셴린, 『다 지나간다』, 추수밭, 2009, p.56.




책...... 주저리주저리 무언가를 뚜각거리고 싶지만, 현재 나는 진창에 허덕이고 있기에 그 어떤 언어도 나와주지 않는다. 좋아하는 책(古典)을 읽고,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여름엔 조금은 신나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지만, 지독한 습관 같은 나의 시간들은 겨우 살아지고 있다. 오직 책을 읽는 그 순간만이 나를 구원하고 있었다는 생각. 지금 역시도 책 속으로 도망갈 시간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다른 것들은 그저 몸에 밴 습관처럼 아무런 고민도 망설임도 없이 행하기만 할 뿐이라는 생각. 어디서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인가. 미미하던 균열이 지금은 하루하루가 푹푹-꺼져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한심한 소리는 매일매일 지치지도 않고 일기 아닌 일기장에도 가득한데 굳이 이곳에서 이러고 있는 이유란..... 휴- (투정이야. 투정. 스스로를 동정하지 말 것......;)

좋은 글들을 발췌해 놓고도 이러고 있다니...... 지셴린 선생님의 글을 좋다고 이곳에 옮겨 놓았으면서도 이러고 있는 나는 무엇인가. 언제까지 내버려 두고,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삶이 끝나지 않는 이상 이 지독한 시간 역시 끝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굳이 내버려 두고,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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