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202003






[20200226 - 20200323]




하나의 위기가 끝나면, 그동안 주변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또 다른 위기가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위기가 아니라 사실은 거대한 위기의 다른 양태로 보입니다. 마치 스스로를 지양분으로 삼아 변태와 재생을 거듭하는 거대한 기형적 괴물처럼 말입니다. 그것은 수백만 명의 운명을 삼키고 바꿔버립니다. 그런 참사를 예외가 아니라 삶의 법칙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이제 위기는 가능한 빨리 제거해야 할 뜻밖의 성가신 존재가 아니라 날마다 상대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됩니다. 

늘 위기 속에서 사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긍정적인 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 살려면, 감각들을 깨우고 날을 바짝 세운 채 최악의 경우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대의 흐름이 가져다 준 숱한 역경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기꺼이 감수하고 있듯이, 이제 우리는 위기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이미 우리는 오염, 소음, 부정부패, 공포 등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특히 공포라는 가장 오래된 감정은 불안정을 특징으로 하는 오늘의 현실에서는 늘 우리를 따라 다닙니다. 

이제 우리는 위기와 함게 살아가는 데 익숙해져야만 합니다. 이제 위기는 이곳에 늘 함께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p.24.


1페센트의 최상위 부자들이 부의 90퍼센트 이상을 가져가 버리는 걷잡을 수 없는 불평등을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과시한다는 점에서, 이 시기는 훨씬 더 수치스러운 시대입니다. p.132.


존 그레이는 《동물들의침묵》에서 '진보'를 신화에 포함시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신화 안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신화는 자명한 사실로 보인다. 인간의 진보도 이런 종류의 것이다. 당신은 진보를 인정할 경우 인류의 대행진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하지만 인류는 어디에서도 행진하고 있지 않다. '인류'는 수십 억 명의 개인들(이들 각자에게 삶은 유일무이하고 결정적인 것이다)로 이루어진 허구이다. 그러나 진보의 신화는 대단히 강력하다. 진보의 신화가 힘을 잃게 될 때, 그것을 믿고 살아온 사람들은 조지프 콘래드의 말처럼 "오랜 감옥 생활에서 풀려났지만 이제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죄수들과도 같다." 미래에 대한 믿음을 잃으면, 자신들에 대한 이미지도 잃는다. '


......신화의 감옥에서 고생하다가 갑자기 풀려난 우리는 다른 길을 택했고(혹은 다른 길로 내던져졌고) 지금 우리가 있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다른 길을 택했더라도 결과는 거의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는 부르지도 않았는데 찾아온 자유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우리는 자유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고(아직 자유롭지 못해서 자유를 쟁취해야 할 때는 자유가 무엇인지를 잘 압니다)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도 확신하지 못합니다.(자유를 쟁취하기 전까지는 자유가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는 혼란과 방향 상실로 이어집니다. 이제 삶은 뿔뿔이 흩어져 표류하는 별개의 에피소드들로 조각나게 됩니다.  - 지그문트 바우만·카를로 보르도니, 『위기의 국가』, 동녘, 2014, p.233.




책은 책이고...

2020년 봄은 사라졌다. 모두가 스스로 만든 안전지대에서 웅크리고 앉아 지구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관전한다. 나만은, 나의 가족만은 안전하기를 바라며, 그저 바라보고 기도할 뿐이다.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난 것인지에 대한 반성은 없고 어디서, 누구에게서 시작된 것인지 날을 세워 이야기한다. 문을 걸어 잠그고 우리와 우리 아닌 것들을 가르고, 우리 아닌 것들에 대한 책임 없음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떠받들고 있던 생명에 대한 존중과 가치의 의미는 재난이 일어나면 맨얼굴을 들어낸다. 우리가 말하는 생명에 대한 존중과 가치는 '너희'가 아니라 '우리의  생명과 존중'이었다고 그 이상은 없다고 말이다. 두려운 것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지구별의 문제는 시작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무분별한 자원과 자연의 파괴, 더 이상 생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농장동물들에 대한 살육, 차고 넘치도록 소비에 소비를 부르는 사회...... 인간에게 누가 이러한 권한을 부여한 것일까? 

전염병 관련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귓가에서 돼지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적어도 인간은 살처분당하지 않는다고 위안 아닌 위로를 하기도 한다. 나의 생명과 농장동물의 생명과의 간극은 얼마나 큰 것일까?


야생동물 전염병 감염때 예방적 살처분 나선다...전염병에 걸린 야생 동물이 가축과 접촉했을 경우, 전염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예방 차원에서 가축을 살처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와중에 야생멧돼지가 집돼지와 접촉했음에도 예방적 살처분을 하지 못해 피해가 확산했던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한 것이다. [서울경제, 2020-02-09]


〈56회 한국보도사진상 - 대상〉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 처음으로 발생한 17일 경기 파주시 발병 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제1종 가축전염병이다. 급성형의 경우 치사율 100%로,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아 대부분 국가에서 살처분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헤럴드경제,  2020-02-12], (이 사진을 세상 모든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 ㅡㅡ;)


코로나19 또다른 희생양은 닭…1억 마리 살처분...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왕종치엔 전 중국농축산협회 국장과 닝종화 중국농업대학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를 인용, 현재까지 적어도 1억마리 이상의 영계가 사료 부족으로 도살처분됐다고 보도했다....코로나19의 진원지인 후베이(湖北)성 양계장에서는 병아리 전수를 처분했으며 남부도시 위린(楡林) 13개 대형 가금류 농장에서는 전체 5분의 4 수준인 670만 마리 영계를 도살처분했다. [이데일리,  2020-02-18]


......이런 소식을 접하면 왜 귓가에서 돼지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인지...... 살처분은 '병에 걸린 가축 따위를 죽여서 없앰'을 의미한다. 음... 그렇다. 그렇구나. 인간은 그렇게 해왔고, 하고 있고, 하려고 하는구나. 그렇구나.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나이지만 필터를 잔뜩 구매해서 고물 재봉틀로 만든 마스크.

친구와 고니에게 나눔을 하고 싶지만...... 지인들에게 나누고 있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나도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휴-




'米佛(日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偽裝; 그냥 그렇게;  (0) 2020.04.26
봄의 어느 날;  (0) 2020.04.26
책 읽기...... 몰입이 필요해. ㅡㅡ;  (0) 2020.02.26
존재의 하루하루하루하루......  (0) 2020.02.26
왜?.....그러게. ㅡㅡ?  (0) 2019.09.08
prev 1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