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20 설렘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와 나타샤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시골로 가자 출출이(뱁새)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오막살이집)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디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 것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1월 들어 백석의 시가 자꾸 나를 잡아 흔든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새벽 눈 내리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아무도 걷지 않은 길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것은 내가 새로운 길을 만드는 기분이 들어 조금 설렌다. 앞으로 가도, 뒤로 가도, 멈춰 한참을 서성여도, 그러다 다시 뒤 돌아가도 내가 만든 길이 있다. 인생도 이런 것이 아닐까. 타인과의 비교 따윈 의미가 없다.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고 조금은 너그러워도 괜찮지 않을까? 유동하는 성과사회에서 자기 착취만 말고 막간의 시간, 무위의 시간이 필요하다. 잠시의 숨고르기. 늘은 아니어도 눈 내리는 날은 스스로를 개방하여 하늘을 올려다 보아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