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스쳐 지나는 사람에게 화장품 향이 짙게 묻어 나오는 것을 느끼며 혼자 중얼거렸다. '여자 냄새, 여자에게선 저런 냄새가 나야하는데......'라며, 질투 비슷한 것을 느끼기도 했던 것 같다. 나에게선 어떤 냄새가 날까? 종일 습관처럼 마시는 커피 향이 난다고 스스로 자위해 보지만 커피 향이 날 것이란 자신은 없다. 지난밤에 마신 백주향이 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이 현실이다. 참담하다. 휴-
지난 휴일, 종일 왼손 바닥을 바라보며 정신 줄 놓은 사람처럼 킥킥되다가 한숨 쉬다가 다시 킥킥되기를 반복했다. 등뼈 어디쯤에서 간질 거리며 느껴오는 야릇한 흥분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서글픔에 몸서리치기를 반복했다. 하루 종일 일정표 없는 백수처럼 뇌 뚜껑을 열어놓고 멍해있었던 것 같다. 더구나 잔인하게도 그 손목을 잘라 올 걸 하는 생각도 한 번쯤 했던 것도 같다. 요즘 난 잔인하게 미쳐가는 기분이다. 읔-
두 달, 미친 듯이 달리기만 했기에 열흘 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보기로 했으나 그것도 쉽지 않다. 미친 듯이 질러놓은 책 중 네 권을 읽어 치우고 요즘 빠져 있는 킬리언 머피의 영화를 5편 봤다. 그리고 킬리언 머피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보고 나서 현재는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슬픈 눈의 킬리언 머피에 빠져 몸살을 앓고 있으면 좋으련만 그건 아니다. 1920년 아일랜드 이야기가 서서 걸어와 뇌와 근육을 마비시킨 덕분이다. 얼마 전 다시 찾아본 대만영화 '비정성시'를 보면서 느꼈던 아픔이 되살아 난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 감독 켄 로치의 2006년도 작품이다. 그에게 첫 번째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수상 내용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영화를 영화만으로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고통과 아직도 치유되지 않고 지구별 곳곳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로 서글퍼 몸서리치게 된다. 직선적인 영화는 늘 고통스럽다. 이념이 자본으로 바뀌고 제국주의는 세계화라는 이름표로 바꿔달고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 스스로를 호모 사피엔스라고 명명한 지구인들은 과연 지혜롭긴 한 것일까? 분별력을 잃고 욕망에 사로잡혀 사욕을 채우기 급급한 사람들. 현재 지구별을 바라보는 마음은 서글프다 못해 참담하다.
내용이 삼천포로 빠지는 기분이다. 왼 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었는데 휴일 밤에 본 영화로 엉망이 되어버린 뇌가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려 하지 않는다. 나의 왼 손을 잡아준 오른손에 대한 이야기, 몇 년만에 열어본 폴더 속 수백 개의 클래식 파일들과 미친 듯이 다운로드하던 무반주 첼로곡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코다이...코다이...... 지금은 왼 손을 잃어버린 아시안마트 주인장에게서 사온 백주를 마시며 졸탄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곡을 듣는다. 세상은 온통 어지럽고 알고 싶지 않은 것 투성이다. 잔인하게 미쳐가는 지구별. 휴-
......중요한 것은......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반복하지 않는 것, 성찰하고 스스로에게 충실할 것. 이것뿐이다. 백주는 45도. 체온도 오르면 좋으련만...... 끝.
앞선 일을 잊지 않는 것, 바로 그것이 뒷날 어떤 일을 할 때 스승 노릇을 한다. [전국책]한나라-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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