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이 박혔다는 말들을 하지요. 그래서 끊을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생각나는 것이 담배라고.
그랬습니다. 그대 또한 내 가슴 깊숙이 인이 박힌 것이어서
잊을려고 하면 외려 더욱 생각나곤 했습니다.
하기사 담배를 끊은 적이 아주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한 나절을 끊었다 치더라도
온 신경이 부르르 떨리고야 마는 금단현상 때문에
결국엔 두 손 들고 말았었지요.
그랬습니다. 내 목을 댕강 쳐버리기 전에는
결코 끊을 수 없는 담배처럼
그대 또한 내가 죽기 전까지는
결코 끊을 수 없는 인연인가 봅니다.
참으로 내 가슴 깊숙이 인이 박힌 것이어서
새벽녘, 잠 깨었을 때 그대부터 찾게 되는가 봅니다.
그대는 담배연기처럼 / 이정하
새로 산 담배를 예전 담뱃갑에 옮겨 담으며 L은 말한다. "담배는 낭만이야! 낭만이 사라져 가고 있어. 낭만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L의 말처럼 담배는 낭만에서 멀어지고 있다. 낭만은 고사하고 담배를 피우려 꺼낼 때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잔인한 현실을 목도해야만 한다. 낭만이 빠져버린 담배를 놓지 못하고 다시 잡는 이유야 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낭만이 존재했던 시절을 그리워 하긴 매한가지 아닐까?
얼마 전 20년도 더 된 삐삐를 수리했다. 분해하고 납땜을 하고 건전지를 끼우니 94년의 모습으로 내게 찾아왔다. 아니 훅-들어와 버렸다. 당시엔 최첨단 기기였는데. 숫자 조합만으로 주고받던 짧은 문장들. 술 취한 녀석이 저장해 놓은 음성을 듣고 듣고 또 듣던 시절들. 이사하면서 찾아낸 삐삐를 단지 살린 것뿐인데, 아련한 것들이 의식과 무관하게 마구 밀려온다. 과거 시간 속 기기이기에 더 이상 그 누구와의 소통은 불가능하나 뇌의 어디쯤, 심장의 어디쯤에 자리 잡고 있었던 추억들이 출렁인다. 그때 그 녀석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 시절엔 지금은 사라져 버린 낭만이라는 것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음성을 남기며, 호출을 하고 연락을 기다리며, 상대방의 음성을 들으며 설레어하던 시간들. 뚜-각거리고 있는 지금도 그때의 모습들, 순간들이 찾아와 눈물겹게 한다. 마치 소중한 것을 잃은 것처럼. 소중한 것을 되찾은 것처럼. 말로 다 형언할 수 없는 감정.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이야기들. 아......좋다. 이런 기분. 이런 기분의 결론은 나이 들어가고 있는 게야.....ㅡㅜ.
"할 수 있을 수 없음"으로 살려고 한다. '할 수 있다'는 자기 착취를 좀 빼고 '그냥'을, '뭐 어때'를, '뭐라고'를, '멍때림'을 넣고서...... 그리고 질러놓은 책들을 기다린다. 기다리다 지친다. 왜 안 오는 건지..... 뇌를 비우려고 접속했는데 더 무거워 휘청거리게 되는 이유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