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3 - 20200724]
언제나 내 삶은 현실의 조건 때문에 위축되어 있다. 나를 얽매는 제약을 좀 해결해보려고 하면, 어느새 같은 종류의 새로운 제약이 나를 꽁꽁 결박해버리는 상태다. 마치 나에게 적의를 가진 어떤 유령이 모든 사물을 다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나는 내 목을 조르는 누군가의 손아귀를 목덜미에서 힘겹게 떼어낸다. 그런데 방금 다른 이의 손을 내 목에서 떼어낸 내 손이, 그 해방의 몸짓과 동시에, 내 목에 밧줄을 걸어버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밧줄을 벗겨낸다. 그리고 내 손으로 내 목을 단단히 움켜쥐고는 나를 교살한다. (p.54.)
내 꿈은 천둥이 치고 우박이 쏟아질 때 몸을 숨기는 우산처럼 어리석은 도피처에 불과하다. 나는 그토록 느려 빠졌고, 딱하고, 몸짓은 참으로 빈약하고, 행동은 참으로 미약하다.
내가 나 자신 안으로 숨어들면 들수록, 내 모든 꿈의 소로는 불안을 향해 나를 이끈다.
그토록 꿈에 사로잡혀 사는 나에게조차, 꿈들이 나를 벗어나 달아나버리는 시간들이 있다. 그러면 사물들이 일순 분명해진다. 나를 둘러싼 안개가 걷힌다. 눈에 보이는 모든 모퉁이와 모서리가 내 영혼의 살갗에 상처를 낸다. 인식 가능한 모든 단단한 것들이 나를 아프게 한다. 내가 그것을 단단하다고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사물의 모든 무게가 내 영혼에 무겁게 얹힌다.
누군가 내 삶으로 나를 때리고 있는 것 같다. (p.158.)
... 우리로 하여금 그 어떤 이론도 가자지 않게 만드는, 이 성스러운 본능 ... (p.438.)
모든 욕구 가운데서도 저열함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것은 비밀을 털어놓으려는, 고백하려는 욕구다. 스스로를 공공연하게 만들려는 영혼의 욕구다.
그렇다, 고백해라, 그러나 네가 느끼지 않는 것만을! 그렇다, 네 영혼을 비밀의 무거움에서 해방시켜라, 비밀을 털어놓아라. 네가 털어놓는 그 비밀을 한 번도 가진 적이 없다면, 너는 행운아다. 진실을 말하기보다는 네 자신을 먼저 속이도록 하라! 자기표현은 그 어떤 경우에도 실수다. 항상 의식하라, 무엇인가를 입 밖으로 꺼내 말하는 것은, 곧 너에게는 거짓말과 동의어라고. (p.583.)
내가 내 몸을 소유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내 몸으로 무언가를 소유할 수가 있는가? 내가 내 영혼을 갖지 못하는데 어떻게 내 영혼으로 무언가를 가질 수가 있는가? 내가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내 마음으로 무언가를 이해할 수 있는가?
우리는 그 어떤 육체나 진실, 심지어는 환상조차 갖지 못한다. 우리는 거짓으로 이루어진 망령, 환상의 그림자이며 우리의 삶은 겉과 안 모두 텅 비어 있다.
스스로가 가진 영혼의 경계를 알아서 '나는 나'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는가?
하지만 나는 내가 느끼는 것을 그대로 느끼는 자다. 나는 그것을 안다.
만일 누군가 내 몸을 갖게 되면, 그는 내 안에 있는 것을 나와 똑같이, 내가 갖는 것처럼 갖게 될까? 아니다. 그는 다른 감각을 갖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이 사실일까? 우리 스스로 우리가 누구인지 모른다면,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는가? (p.603.)
저 아래, 내가 서 있는 언덕에서 한참 가파르게 경사져 내려간 비탈에, 차가운 달빛 속에 도시가 잠들어 있다.
나 자신을 절망한다. 내 속에 영원히 갇히고 말리라는 깊은 불안이 나를 엄습하여, 내 안에 단단히 자리 잡는다. 나는 오직 연민이고, 공포이고, 고통이고, 슬픔일 뿐이다.
이해할 수 없이 과도하게 밀려오는 부조리한 고뇌, 사그라들지 않는 고통, 오직 홀로 외로이, 형이상학적인 나의(...)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봄날의책, 2014, p.7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