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가, 지난 한 달 동안 서른 권의 책을 질렀다. 그리고 서른 병의 소주와 한 병의 백주. 열 편쯤의 영화. 한 번의 일탈. 그리고 글자 중독자의 일상들. 이 상태를 不治病(불치병)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인지, (스스로 고치고 싶지 않은) 難治病(난치병)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왜?, 앎, 희(喜), 비(悲).
지난 시간들을 간단하게 말하면 지치지 않는 왜?, 앎, 희 또는 비의 문제다. 아니다 봄이라 그런가 보다.
해가 지면
집에 들어간다
밥 먹고 잠자러
들어간다
오늘은 그런데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잤으면 좋겠다
오늘이 날은 날인 모양이다
오늘 - 정현종 [갈증이며 샘물인1999]
멍-하게 시집이 꽂혀있는 책장을 서성이게 된다. 봄인가 보다. 머리에 꽃이라도 꽂아야 하나. 날이 좋아 자꾸 멍-하게 앉아 해바라기를 하게 된다. 오늘이 날은 날인 모양이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