觀照

 

 

 

 

현재 나의 시간은 상실 상실 거리며 흐른다. 많은 것을 잃어 허둥댄다. 왼쪽 아래 심장을 조금 덜어 내었다. 더 이상 심장이 딱딱해질까 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떨림에서도 멀어지겠지만...... 며칠간 미친 듯이 마시고, 미친 듯이 울었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을 마주할 때면 날 찾지 못해 허둥대기도...... 나란 존재는 없고 눈두덩이가 잔뜩 부어오른 알 수 없는 더미가 초점을 잃은 시선으로 날 바라보고 있을 뿐. 시간을 빨리 흘려보내기 위해, 이런 삶이라도 이어가기 위해 핑곗거리를 찾고 있는 것일까? 고통과 직면한다는 것은 처절한 자신의 모습을 직시하는 것과 같다. 이런 시간들이 견딜 수 없기에 심장을 꺼내 고통이 자리한 만큼 덜어내었다. 상처에 딱지가 앉고, 딱지가 떨어져 빨리 굳은살이 박히길 기다릴 뿐.

 

치료는 타자가 나의 병을 낫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고통은 치료로 해결될 수 없다. 이런 유의 고통은 치유해야 가능하다. 스스로 그 고통을 받아들이고, 직면하고, 인정하고 품어 삭힌 후에야 가능하다. 내가 아는 유일한 치유란 책에 몰입해 고통으로부터 좀 떨어져 나를 관조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을 모른다. 몰입.

어이없게도 미친 듯이 책을 읽으며 기형도 시집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어디로 걸어가 돌아오지 않는 것인지. 단순하게도 시집을 찾느라 고통에서 조금 더 멀어진 듯하다. 이런 상태로도 치유가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이럴 땐 어리석은 내가 좋다. 단순함도 바보 같음도 좋다.

 

從吾所好(종오소호) - 논어/술이

노력해도 나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을 쫒을 수 없다. 관조만이 유일한 방법임을...... 나는 자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리라. 삶은 시간이다. 그것도 물리적인 시간. 유한한 시간. 한 번뿐인 시간. 지금 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리라......

많은 것을 잃었지만, 모든 것을 잃지 않았으므로. 읔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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