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같은 일상의 틈;






[20201017 바람부는 하늘 - 가을 안녕?!]




  아직은 문을 닫지 마셔요 햇빛이 반짝거려야 할 시간은 조금 더 남아 있구요 새들에게는 못다 부른 노래가 있다고 해요 저 궁창에는 내려야 할 소나기가 떠다니고요 우리의 발자국을 기다리는 길들이 저 멀리서 흘러오네요 저뭇한 창 밖을 보셔요 혹시 당신의 젊은 날들이 어린 아들이 되어 돌아오고 있을지 모르잖아요 이즈막 지치고 힘든 날들이었지만 아직은 열려 있을 문을 향해서 힘껏 뛰어오고 있을 거예요 잠시만 더 기다리세요 이제 되었다고 한 후에도 열은 더 세어보세요 그리고 제 발로 걸어들어온 것들은 아무것도 내쫓지 마셔요 어둠의 한자락까지 따라 들어온다 해도 문틈에 낀 그 옷자락을 찢지는 마세요


-해질녘의 노래 / 나희덕,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창비, 1994, p.80.





열까지 열 번을 더 세어보면 저 멀리서 흘러오는 것들을 볼 수 있을까? 지치고 힘든 날들에서 못다 부른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늘 흘러간 것들에 힘겨웠다 말하고, 흘러오지 않는 것들에 힘겨웠다 말하고. 그러나 나는 지나간 것들이 말해주는 더미. 항시 끝이 보이기를 바라고 바라는 더미. 존재(?!)는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시가 서글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졸음이 아직 눈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겠지. 아직 방 안 깊숙이 암흑이니까 조금 울어도 아무도 모르니까 괜찮아...... 말할 힘이 없다. 모든 것들은 지나가는 거겠지. 고통도 조금씩 사라지겠지. 공허는 시간에 저항하지 않고 둔하게 만들겠지. 부디 너의 거짓들을 놓아주길, 마음의 고통도 공허도 놓아주길...... 가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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