阮堂歲寒圖

 

 

 

 

阮堂歲寒圖(1844년 추정) 종이 바탕에 수묵. 61.2cm x 23cm

 

 

공자께서 이르시길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하셨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사계절을 통틀어 시들지 않으니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도 그대로 똑같은 소나무와 잣나무일 뿐이고 날씨가 추워진 뒤에도 그대로 똑같은 소나무와 잣나무일 뿐이다. 그런데 성인께서는 단지 날씨가 추워진 뒤의 소나무와 잣나무만을 칭찬하셨다. 지금 그대가 나를 대하는 것이 이전에 더 잘해준 것이 없었고 이후로 더 덜이진 것이 없다. 그렇다면 이전의 그대는 칭찬할 것이 없겠거니와 이후의 그대는 또한 성인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성인께서 특별히 칭찬하신 것은 한갓 늦게 시드는 굳센 절개 때문만이 아니라 또한 날씨가 추워진 뒤에 감동한 점이 있어서일 것이다.[孔子曰 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 松栢 是貫四時而不凋者 歲寒以前一松栢也 歲寒以後一松栢也 聖人特稱之於歲寒之後 今君之於我 由前而無加焉 由後而無損焉 然由前之君 無可稱 由後之君 亦可見稱於聖人也耶] - 세한도 발문(跋文) 

 

<세한도>는 1844년에 완성되었는데 김정희가 제주도에 유배된지 다섯 해가 지났을 때입니다. 이미 정치적 생명이 끝났기 때문에 평소에 절친했던 사람들도 소식이 끊어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제자 이상적(李尙迪)이 중국에 가서 귀한 책을 구해서 바다 밖에 있는 김정희에게 보내줍니다. 모든 사람이 다 떠났는데 이상적만은 옛정을 잊지 않고 끝까지 정성을 다한 것이죠. 김정희는 그를 칭찬하는 뜻에서 갈라진 붓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그 그림이 바로 조선 문인화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세한도>입니다. 발문에 나와 있다시피 세한의 기상은 세상이 아무리 험해도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한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의 권세와 이익 때문에 배신하는데, 이상적은 그렇게 하지 않았던 거죠. /  전호근 '장자강의' 中

 

 

 

사람을 알아간다는 것, 사람을 아는 것, 그 사람을 믿는 것. 신뢰관계라는 것이 혼자 올다 해서 믿음이 생기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누군가를 믿고 그 관계를 지속시킨다는 것의 의미는 서로에게 말과 행동으로 그 믿음을 주고, 받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믿음이라는 것은 단순히 상대방이 나를 믿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 그 믿음을 줄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스스로 올바르지 않으면서 신뢰관계를 원한다고 얻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설령 믿음을 얻었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믿음을 쌓기 위해 정진하지 않는다면 그 신뢰관계는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몸에 체화되어 믿음을 주는 삶이 되어야 신뢰관계는 지속될 수 있다. 누군가와 신뢰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은 그도 나도 그럴만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시간이 빠른 것인지 늘어지는 시간이 없는 것인지 벌써 2016년도 3월이다. 아침에 일어나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또 한 바퀴 자전을 한 지구별에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질러대는 책들과 들어야 하는 강의와 평범하지만 결코 어제와 같지 않은 시공간에서 삶은 시작되고 지나가고 다가온다. 작고 소소한 것들이 주는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런 나의 삶은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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