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詩






[누군가 나를 닮았다고 한 갈매기, 언제나 화가 나있는 것 같다고]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序詩」 - 나희덕,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창비, 1994, p.9.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살고 싶다. 아무 느낌도, 감흥도, 떨림이나 고통조차 없는 듯이, 무감각이 나의 뇌와 몸과 마음과 영혼을 지배하는 듯이 살고 싶다. 괜찮은 척, 씩씩한 척, 나도 남들과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늘 절망한다. 결여와 통증을 끌어안고 살아야만 하는 형벌을 받고 있듯이...... 단 한순간도 내가 나인적이 없는 시간들, 내가 누구인지 인지하기도 전에 나라는 사람은 울분을 끌어안고 있었으니까. 

숨만 쉴 수 있다면 살아가는 것인가? 들숨과 날숨은 왜이다지도 힘겨운 것인가? 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타인과의 소통, 자는 것, 먹는 것, 배설하는 것은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행할 수 있는 단순한 일들일 텐데, 나에게는 형벌처럼 힘겹다. 적어도 숨을 쉰다는 것에는 고통을 느끼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지나간 시간들이 나를 침몰하게 한다. 난파한다. 그 난파선에서 나는 끝없이 살아 영원한 고통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되돌아 가고 싶지만 나는 되돌아 갈 곳이 없다. 되돌아 가고 싶은 순간이 나에겐 없다. 모두가 통증으로 춤을 출 뿐...... 


잠을 잤었다는 기억조차 없는 새벽...... 무슨 말인지 모를 헛소리를 마구마구 쏟아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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