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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ow Storm - Steam Boat off a Harbour's Mouth(1842), J.M.W. Turner, oil, canvas(122 x 91)
한때 나를 구원했던 것(사람, 생각, 조직......)이 나를 억압하는 시기가 온다. 이것은 나의 성장 때문일 수도 있고 대상의 변질이나 상실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그것들과 헤어지거나 최소한 거리를 두어야 생존할 수 있다. - 정희진, 『정희진처럼 읽기』, 교양인, 2014, p.256.
요즘 그림을 열심히 본다. 아니 그림 관련 책을 열심히 본다. 지난번 읽었던 '철학자가 사랑한 그림'도 좋았는데 케네스 클라크의 '그림을 본다는 것'은 더 좋다. 더 좋은가? 둘 다 너무 좋다. 그림을 본다는 것의 의미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시詩를 읽는 것처럼, 사람의 눈을 들여다 보고 그 사람의 감정을 읽는 것처럼 일렁이는 기분이 든다. 그림이 좋다. 좋아하는 것을 하고는 있지만 신나거나 행복하거나 미소가 비어져 나오진 않는다. 왜 그런가...... ㅡㅜ. '한때 나를 구원했던 것이 나를 억압하는 시기가 온다', 나를 둘러싸고 나를 살게 했던 것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억압까진 아니지만 존재했던 자리들이 텅-빈-것처럼 몸에 구멍을 내고 있다. 내가 사라지고 있는 기분, 내가 존재했던 시간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의심하게 한다. 나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었나? 나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나? 지금의 나는 뭔가...... 더미는 존재하고 있지만 '나'는 부재하고 있는 기분!!??
밥 사주는 사람이 나를 보면 짠-하다고 한다. 나를 보면 측은하고 그냥 짠-하단다. 아프고 언짢은, 그런 느낌 짠-한 모습. 망했다. '나'라는 사람이 '나'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하던 그 시간부터 나는 씩씩하고, 강하고, 센-모습이고 싶었다. 눈에 힘을 빡-주고 매 순간순간 씩씩하고, 씩씩하고, 씩씩하고 싶었는데 망한 기분이다. 망했다. 이번 생은 망했다.
터너가 그랬다. 인간이란 여름날 하루살이처럼 허망하다고. 여름날 하루살이처럼 허망......하다. 망했다. ㅡㅜ;
어젯밤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아니 무언가를 했는데 무언가를 했다는 기억이 없다. 자꾸자꾸 시간들이 사라진다. 나의 시간들이. 이런 시간들을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인생은 짧다고 하는데 요즘 같아선 더 짧아도 괜찮을 것 같다. 모르겠다. 무슨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것인지. 왠지 망한 기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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