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여름!!!

 

 

 

 

 

정판교의 글씨 『난득호도』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리석기도 어렵지만 총명함에서 어리석음으로 나아가기는 더욱 어렵다.
내버려두고 한걸음 물러서면 곧 마음이 편안해지나니, 이는 뒤에 복이 오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聰明難, 糊塗難, 由聰明而轉入糊塗更難. 放一着, 退一步, 當下心安, 非圖後成福報也.

 


지혜로우나 어수룩한 척하고, 기교가 뛰어나나 서툰 척하고, 언변이 뛰어나나 어눌한 척하고, 강하나 부드러운 척하는 것은 교활한 태도가 아니다. 정판교에 따르면 훗날 복을 얻으려는 어떤 은밀한 목적의식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 도피적 태도도 아니다. 물론 이렇게 척하는 태도는 가증스런 위장술처럼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자신의 감정을 모두 드러내는 것도 권장할만하진 않다. 한편 자신을 꾸미고 잘난 체하며 똑똑한 체하는 태도는 반감을 일으킨다. 모든 일에 사사건건 자신이 똑똑한 척하면서 타인의 흠집을 찾아내며 꼬치꼬치 따지는 태도는 현명한 게 아니라 피곤한 일이다. 원한도 살 수 있다. 싸가지 없다고 욕을 먹기도 한다. 오히려 조금은 서투르거나 어리석은 듯한 태도로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p.67.

 

중도라는 말처럼 애매하게 사용되는 것도 없다. 좌파냐 우파냐? 좌파도 우파도 아닌 중도라고 흔히 대답한다. 중도는 결코 중간에 서는 비겁한 타협이 아니다. 중도는 정도正道와 대비되는 말이다. '상황에 가장 적절하고 합당한 행위' 혹은 '시의적절한 행위'라고 풀 수 있다. 주어진 상황의 모든 요소를 고려하고 때를 파악하여 타이밍을 맞추는 행위다. 그러나 중도일지라도 정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중도란 반드시 정도를 잃지 않는 것이다. 정도만을 고집할 경우 중도를 이룰 수 없지만, 중도를 이루었다면 반드시 정도일 따름이다. 정도를 버리고 시세를 따르는 것은 기회주의적이고 현실 추수적인 태도일 뿐이다. - 심의, 『시적 상상력으로 주역을 읽다』, 글항아리, 2016, p.105.



위의 글을 뚜각거려 놓고 한 달이 지났다. 행복하게 심의용선생님 글을 읽고서 그간 고민했던 것들을 늘어놓고 책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여름이 뜨거워서 내 방이라는 곳에서 오래 있을 수가 없었다. 이유를 찾자면 많지만 창문을 열면 아래층, 옆집 에어컨 실외기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고스란히 내 방으로 몰려온다. 내가 살고 있는 동에 나만 에어컨이 없다. ㅋㅋㅋㅋㅋㅋㅋ 으..................ㅡㅜ. 괜찮다. 난 여름을 사랑하니까. 단지 내 방 창문을 열 수 없어서 내 방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었을 뿐. 아니 잠도 잘 수 없었구나. 흠....읔....... 그간 거실(?)인지 부엌(?)인지 하는 공간에서 열심히 책을 읽고, 책을 읽고, 책을 읽었다. 단지 책만 읽었다. 아주 잠깐 강의도 듣고, 아주 잠깐 끼니도 해결하고, 아주 잠깐 잠도 자고..... 너무 좋은 책을 읽고는 무엇인가를 뚜각거리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으나 굳이 무얼 남겨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가슴 가득 행복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했으니까. 그리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가며 많은 술을 마셨다. 집 없이 어슬렁거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 길고양이처럼 나도 매일 저녁 어슬렁거리며 술집을 전전했다. 그러나 남는 기억은 없다. 어슬렁거렸다는 사실이 있을 뿐, 사실들은 기억 속에 자리잡지 못했다. 음....... 2018년 여름은 어슬렁 거리는 나와 술!!!! 이제 이런 여름도 가는 것인지 어제는 내 방에서 잤다. 아주 잠깐. 지금 이렇게 내 방이라는 곳에 앉아서 몇 자 뚜각거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아주 좋다. 작고 소소한 기쁨. 다시 하루를 시작해야 한다. 열지 못하는 내 방 창으로 햇살이 몰려온다. 그러나 이런 여름이 싫지 않다. 끝. (너무너무 좋아하는 심의용 선생님 책 이야길 하고 싶었는데 한 달 전에 읽고 고민했던 책이라 아무것도 나와주지 않는다. ㅜㅠ...... 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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