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13......;

 

 

밀고 나아가야 할 '시간'을 생각한다.

방향은?

앞으로?

그런데 어디가 '앞'일까?

시간은 내가 살고 있는 지구별에선 물리적으로 앞으로만 달리기에 시간의 방향은 정해져 있다.

그러나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느 방향이어야 하나? 알 길이 없다. 나에게 '앞'이란 어떤 의미인가?

 

 

인도의 신들 가운데 칼리 여신이 있다. 특히 무서운 형상을 하고 있다. 피부는 검고,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분노로 이글거린다. 새하얀 이는 피부색과 더욱 두드러지게 대조되어 기괴하다. 팔은 여럿 달렸는데, 팔마다 갖가지 무기가 쥐어져 있다. 칼리 여신은 겉모습만 무시무시한 게 아니다. 그녀의 존재 의미는 더욱 공포스럽다. 그녀는 시간이자 곧 죽음을 상징한다. 시간은 그녀의 피부색처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흩어진다. 시간은 갠지스처럼 흘러 만물은 무로 해체된다. 칼리 여신은 바로 영구한 시간의 흐름이자 동시에 유한한 개체의 소멸을 상징하고 있다. 자연 현상은 되풀이 되고, 갠지스는 도도하게 영원히 흐르지만 인생은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밤과 낮, 겨울과 여름, 건기와 우기는 반복되는 자연의 리듬으로서 같은 바퀴 주위를 계속해서 돈다. 그러나 인생은 짧다. 인간은 시간의 속박을 벗어날 수 없는 한계 존재다. - 윤여일, 『여행의 사고 - 둘, 여행자의 윤리를 묻다』, 돌베개, 2012, p.138.

 

 

자연의 영원성과 인생의 유한성, 그리고 현재의 시간 위에 앉아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는 객체, 존재의 우연성인 나. '나 없는 내 인생'. 이렇게 적고 나면 나의 시간은 공허하다. 그러나 '나 없는'이라고 생각하는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재미없는 주인공은 오늘도 살아있다. 그럼 살아야 한다. 살아야 하나?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니까, 당분간은 약속대로 살기로 했다. 사고 치지 않고, 넘어지지 않고, 아프지도 않고 그냥 그렇게. 약속은 약속이니까. 시간이 참 더디게도 흐른다. 삶이 너무 길다. 휴-

 

 

 

 

The Sense of Speed (1931), Salvador Da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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