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대와 마주않아 그대의 술잔에 술을 따릅니다. 그대의 몸을 조금씩 채워가는 술. 그대와 마주앉아 내 몸에 따르어지는 그대를 봅니다. 내 몸 속에 채워지는 그대. 술은 그대 핏속으로 스며 구멍마다 붉은 꽃송이 내질러 숨막히는 향기로 내 몸을 묶어놓습니다. 그대는 내 몸으로 들어와 영혼을 점령하고 옴쭉달싹못하게 합니다.
2
내 몸 속에는 그대가 들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당신을 죽었다고 하지만 내 몸 속에는 그대가 온전히 살아 있습니다. 내가 더 이상 나일 수 없는 슬픔과 절망의 사막에 홀로 버려질 때 그대는 내 몸을 찢고 밖으로 나옵니다. 내가 그대를 그토록 사랑했듯 그때야 비로소 나는 없고 오로지 그대만이 있습니다. - 몸 밖의 그대 1 / 채호기, 『지독한 사랑』, 문학과지성사, 1992, p.16.
日記? 日期! 삶은 조용하다. 하루 중 세 시간을 질겅거리며 보낸다. 특별한 고민 없이 익숙함으로 무장한 매일매일이 똑같은 일과들. 새벽하늘을 올려다보며 오늘은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 보기도 하지만 다가오는 시간들은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이 그날 같은 일상 속에서도 매 순간순간 새로운 것들을 접해야 하는 일들도 있다. 배송받은 책들과 새로 시작한 공부. 이 공부를 일상이나 일에 포함해야 할지 놀이에 포함해야 할지 잠시 고민을 해보지만 놀이에 가깝단 생각을 한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고민하며 뇌에 욱여넣는 기분은 좋다. 새 책을 받아 들고 느끼는 설렘까지는 아니지만 뇌의 끝자락을 간질거리는 기분이 들어 그냥 좋다. 무언가 시작하는 기분으로 공부를 하는 것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홀로 누리는 또 하나의 놀이. 어제는 중고로 구매한 책 속에서 1만 원짜리 상품권을 발견했다. 얼굴을 모르는 누군가가 중고책을 구매한 나를 생각하며 넣어 둔 것은 아닌가 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한다. 좋은 책을 구매해야지. 하지만 질러놓은 책이 많아서 당분간은 구매의 즐거움보다 선물 받은 설렘을 조금 더 누려볼까 한다. 그러나 얼마나 버틸지 자신할 수 없다.
새벽 알람이 요란하게 울어댔지만 꿈에서 빠져나오기 싫어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울먹였다. 고니.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지만 늘 코끼리를 생각하며 지내는 기분. 내가 기억하는 모습으로 무거운 가방을 나눠들자는 그. 웃는 고니. 나는 커져가는 동공과 쿵쾅거리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며 웃었다. 웃었던가 분명 언어를 주고받았으나 소리의 기억은 없다. 눈 쌓인 거리를 내려다보며 서글픈 행복에 관해 생각한다. 그리고 채호기님의 시를 읽으며 공무도하가를 생각한다. 복잡한 감정들이 몸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아우성치는 기분이다. 이런 것도 삶이니까. 그럼에도 어제보다 오늘이 좀 더 좋다. 그리고 유한한 삶도.
公無渡河 공무도하
公竟渡河 공경도하
墮河而死 타하이사
當奈公何 당내공하
公無渡河歌, 出典 :『 海東繹史』(韓致奫)
님아 물을 건너지 마오/ 임은 그예 물을 건너셨네 / 물에 쓸려 돌아가시니 / 가신임을 어이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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