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 향교 202005]
무언가를 잊기 위해 걸었던 것인지, 무언가를 잃을까 봐 걸었던 것인지......
놔버리고 싶기도, 놔버릴까 봐 두렵기도...... 이 감정은 무엇인가?;
정신 없이 호박꽃 속으로 들어간 꿀벌 한 마리
나는 짓궂게 호박꽃을 오므려 입구를 닫아 버린다
꿀의 주막이 금세 환멸의 지옥으로 뒤바뀌었는가
노란 꽃잎의 진동이 그 잉잉거림이
내 손끝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친다
그대여, 내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나가지도 더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사랑
이 지독한 마음의 잉잉거림,
난 지금 그대 황홀의 캄캄한 감옥에 갇혀 운다
- 「사랑의 지옥」 - 유하, 『세상의 모든 저녁』, 민음사, 1993, p.15.
지치지도 않는 마음의 잉잉거림, 지독한 습관 같은 잉잉거림, 황홀한 감옥......;
Michelangelo, Slave (Atlas, 1519 - 1536), Rome, Italy, sculpture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하는 곳에 갇혀 있는 기분, 나의 몸은 무한한 자유를 누리고 있으나 이 자유는 나의 감정에 갇혀 공허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무엇도 나의 의지로 할 수 없는 갇혀있는 마음. 스스로가 가둔 것인지 스스로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갇혀 버린 것인지.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이 감정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완전히 조각되지 못해 미완으로 남아있는 덩어리, 마치 노예의 삶에 종속되어 있는 운명을 보여주는 것 같은 조각들. 아직 무엇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덩어리. 개체 아닌 개체들. 말을 할 수도, 얼굴의 표정으로도 나타낼 수 없는 마음이 느껴져 더욱 처연해 보이는 조각들. 이것은 지금 나의 상태로 인한 감정인가?!! 같은 자세로 영원히 움직일 수 없는 형벌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 역시 돌덩이에 갇혀 형벌을 받는 기분이 든다. 영원할 것 같은 형벌...... 들숨날숨이 힘겹다.
'米佛(日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序詩 (0) | 2020.06.26 |
---|---|
허우적거리며 읽다; (0) | 2020.05.26 |
偽裝; 그냥 그렇게; (0) | 2020.04.26 |
봄의 어느 날; (0) | 2020.04.26 |
.........몰입.......202003 (0) | 2020.03.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