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

 

 

 

 

'미의 역사'는 이번에 중고로, '추의 역사'는 언제인지 기억도 없는 그때에

 

 

미의 역사 비교표 [아도니스의 얼굴과 머리 모양]에 나온, 나의 보위;

 

 

 

 

너의 인생에도

한번쯤

휑한 바람이 불었겠지

 

바람에 갈대숲이 누울 때처럼

먹구름에 달무리질 때처럼

남자가 여자를 지나간 자리처럼

시리고 아픈 흔적을 남겼을까

 

너의 몸 골목골목

너의 뼈 굽이굽이

상처가 호수처럼 괴어 있을까

 

너의 젊은 이마에도

언젠가

노을이 꽃잎처럼 스러지겠지

 

그러면 그때 그대와 나

골목골목 굽이굽이

상처를 섞고 흔적을 비벼

너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헤엄치고프다, 사랑하고프다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 - 최영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작과비평사, 1994.

 

 

 

에코님 책을 받아 들곤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보위 사진을 발견하고선 더욱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얼마 전 읽었던 '아도니스를 위한 연가'를 뚜각거리고는 기분이라는 것이 사라졌다.

에코님도, 나의 보위도 없다. 적어도 생물학적으로 살아있진 않다.

사상이나 목소리, 표정과 말투는 존재하지만 살아있지 않음.

우울해야 할 일은 아니지만 그들의 움직임의 시간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비가 내리지만 산책은 한다. 우산을 끼고 비적 거리며 걷는 거리가 습기로 폭발할 것 같다. 여름 장마철처럼.

나의 시간에도 습기가 가득 찼으면 좋겠다. 건조한 날들이 조금 버겁다.

골목골목 굽이굽이 상처를 섞고 흔적을 비벼 너의 심장 가장 깊숙한 곳으로 헤엄치고프다, 사랑하고프다

젊은 이마에 꽃잎처럼 노을이 스러지는 아련함들......

더 이상의 잔치는 없다. 기다림도, 기대도, 잔치의 기억도 사멸해간다. 서성이게 되는 시간의 공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 말 잔치. 말이 되지 않는 말들을 마구 쏟아내고 싶을 뿐.

비 오는 날, 잘 모르는 사람과 낮술을 마시고 아무 말이나 마구 쏟아내다 싸우고 싶다. 휴-

12 + 9 + 26 + 0.00001...... 존재는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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