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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과 공허로 물드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으면 서글픔이 밀려온다. 이 서글픔은 그리운 사람을 더 그립게 만든다.

시작이 없었으니 끝도 없는 관계는 난감하다. 질투도 화도 나지 않는 그저 그런 관계. 잘 모르는 관계. 말할 수 없는 관계.

더구나 체온이 남은 기억을 간직한 채로 끝나지 않는 마음은 공허를 불러온다. 전하지 못하는 통증. 깊은 공허.

"안녕하신지, 건강하신지, 잘 지내시는지, 웃고 있는지, 당신의 미소는 여전히 예쁜지......"

간혹 나는 고흐의 시엔이고 싶고, 에곤실레의 발리이고 싶다. 편히 와서 울 수 있고, 무조건 지지를 하는 바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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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마당을 볼 때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서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어느 꽃나무 아래 앉아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풀잎 끝에서 흔들리고 있다 

꽃이 시들고 있다
이미 무슨 꽃인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서도 너는 있다 

빈 하늘을 볼 때마다 너는 떠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서 있다
훌쩍 서 있다 

나는 저 마당보다도 가난하고
가난보다도 가난하다
나는 저 마당가의 울타리보다도 가난하고
울타리보다도 훌쩍 가난하다
―가난은 참으로 부지런하기도 하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없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너는 없고
너는 훌쩍 없고
없고 그러나
내 곁에는 언제나 훌쩍 없는
사람이
팔짱을 끼고 있다
―빈 마당을 볼 때마다 나는 하나뿐인 심장을 만진다 

 

장석남,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창작과비평사, 2001,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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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뒤적뒤적 시집을 뒤적인다.

한 번이면 족하다고 이젠 지겹다고 하면서도 심장이 아픈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것도 욕망인가?

손발이 차가워지는 것을 보니 겨울이 올 듯하다.

안녕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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