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 21;

 

 

 

길가에 심어진 꽃을 보며 생각한다.

꽃에게 살라 심어 놓은 것인지, 사람에게 봄이 왔음을 알리려 심어 놓은 것인지.

꽃은 얼마나 살게 될까? 꽃은 살고 있는 것일까? 그곳에서 살고 싶을까?

발이 달려 있었다면 도망치고 싶을까? 그런데 어디로?

 

길고 긴 평가의 시간이 지나고 아무런 생각 없이 조금 놀았다.

질러 놓은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밥을 해 먹고, 오랜 지인과 술도 마시고.

그리고 시체처럼 잠도 자고......

 

친구는 보고 싶은 사람을 못 봐 암에 걸릴 것 같다고 한다.

나 역시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해 암에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니기에 그냥 암에 걸린 채 지내기로 했다.

 

올해 들어 나의 발은 지상으로부터 1센티 더 위의 공중에서 허우적 되고 있다.

나의 발 디딜 공간이, 적어도 지구별엔 없다고 매일매일 사무치게 되뇌게 된다.

그러나 서글픔 따윈 없다. 익숙해졌으니까.

7시 2분.....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

 

 

 

낮잠 들었다 깨어나니 어느새

모과나무 그늘이 처마 밑까지 점령해 있다

나는, 나무 한 그루 받들 만한 공간보다도 좁은

빈터를 골목이라고 내다놓은

길 저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사이 마을 버스가 두 번, 트럭 한 대,

승용차가 여섯 대,

문득 비 소식이 있다는 울진 집으로

전화를 걸고, 햇볕 든 마당으로 내려가

그늘 쪽으로 개를 옮겨 맨다

희망과 절망을 함께 묶으면 비닐 봉지 속의

채소 같은 것까, 누군가 숨쉬기가 거북하다고

지금 막바지라고,

마을 버스를 기다리며 두 사람이

나직하게 이야길 주고받는다

한 사람은 비닐 봉지를 들고 섰고

다른 사람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무료의 날들, 슬픔도 엿듣고 보면

너무나 사소한 것들!

 

무료의 날들 - 김명인 [길의 침묵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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