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1;

 

 

 

 

 

 

 

 

 

 

 

 

 

 

 


길을 잃고 나서야 나는
누군가의 길을 잃게 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개미를 기억해내었다
눅눅한 벽지 위 개미의 길을
무심코 손가락으로 문질러버린 일이 있다

돌아오던 개미는
지워진 길 앞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제 길 위에 놓아주려 했지만
그럴수록 개미는 발버둥치며 달아나버렸다

길을 잃고 나서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도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냄새 같은 게 있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인연들의 길과 냄새를
흐려놓았던지, 나의 발길은
아직도 길 위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길 위에서」 - 나희덕,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창비, 1994, p.92.

 

 

 

 

 

 

 

 

 

 

떠난 적 없는 기억들이 밀려갔다 밀려온다. 퇴색했다 때론 미화되기도 하고.

같은 궤도를 돌고 또 돌고...... 

지나간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하고, 그런 나는 내일의 시간들을 만들어 간다.

크게 달라질 것도 없는데, 매일매일 나는 나를 밀고 간다. 익숙한 나와 낯선 나.

...... 새벽 산책을 하고 돌아와 앉아 멍청 놀이를 하고 있는 익숙한 나.

오늘이 새로울 것은 없지만 가끔은 이런 내가 낯설다. 왜일까?

허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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