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흘러가지만
기억은 흘러가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깊어가는 어둠처럼
저 혼자 아무 말 없이 깊어간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오히려 그것은 깊게깊게 고인다.
아무도 엿볼 수 없고
아무도 껴안지 못하는 우리들의 기억은
저 혼자 가슴속에서
밤처럼 깊어간다.
잡으려다 놓쳐버린 너의 별.
쌓여서 썩어가는 너의 발자국.
짐승 같은 시간들.
- 「기억은 어둠처럼」, 홍영철, 『가슴속을 누가 걸어가고 있다』, 문학과지성사, 1995, p.89.
새벽바람이 가을이라 한다. 계절은 부르지 않아도 다시 찾아오는구나. 같은 자리를 맴도는 나의 시간과는 무관하게 계절의 시간은 흐르고 있었구나. 나도 흐르고 싶다. 그 어디로든. 열심히지만 열정이 빠진 더미. 지독한 습관 같은 나의 시간들. 통증의 시간들. 사람과 사람 사이, 인간人間. 커져가는 인간관계라는 것의 갈증,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욕망. 그러나 지금은 관계에 대한 욕망을 다스리려 스스로가 정한 유배기. 은둔기. 쌓여가는 시간들, 기억들, 사무침들을 무시하며 나는 무엇을 기다리는 것인지...... 휴-; 안녕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