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 26;
米佛(日記) 2023. 6. 26. 05:27
네가 나를 슬몃 바라보자
나는 떨면서 고개를 수그렸다
어린 연두 물빛이 네 마음의 가녘에서
숨을 가두며 살랑거렸는지도
오래된 일
봄저녁 어두컴컴해서
주소 없는 꽃엽서들은 가버리고
벗 없이 마신 술은
눈썹에 든 애먼 꽃술에 어려
네 눈이 바라보던
내 눈의 뿌연 거울은
하냥 먼 너머로 사라졌네
눈동자의 시절
모든 죽음이 살아나는 척하던
지독한 봄날의 일
그리고 오래된 일
-「오래된 일」, 허수경,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문학과지성사, 2016, p.92.
그리운 것들을 더 그립게 하는 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새벽,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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