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억; 26;

 

 

 

 

 

 

 

 

 

 

 

 

 

 

 

네가 나를 슬몃 바라보자

나는 떨면서 고개를 수그렸다

어린 연두 물빛이 네 마음의 가녘에서

숨을 가두며 살랑거렸는지도

오래된 일

봄저녁 어두컴컴해서

주소 없는 꽃엽서들은 가버리고

벗 없이 마신 술은

눈썹에 든 애먼 꽃술에 어려

네 눈이 바라보던

내 눈의 뿌연 거울은

하냥 먼 너머로 사라졌네

눈동자의 시절

모든 죽음이 살아나는 척하던

지독한 봄날의 일

그리고 오래된 일

 

-「오래된 일」, 허수경,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문학과지성사, 2016, p.92.

 

 

 

 

 

 

 

 

 

그리운 것들을 더 그립게 하는 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새벽,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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