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20240526;

 

 

 

 

 

 

 

 

 

 

 

 

 

 

 

 

 

저기 날아가는 나뭇잎에게 물어보아라,
공중에 서 있는 저 바람에게 물어보아라,
저녁의 해변가에는 한 사람도 없었다.
갈매기 몇 마리, 울다가 찾다가 어디 숨고
생각에 잠긴 구름이 살 색깔을 바꾸고
혼자 살던 바다가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해변에 가서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는다.
파이프 오르간의 젖은 고백이 귀를 채운다. 
상처를 아물게 하는 짜가운 천국의 바다,
밀물결이 또 해안의 살결을 쓰다듬었다.
나도 낮은 파도가 되어 당신에게 다가갔다.
시간이 멈추고 석양이 푸근하게 가라앉았다.
입 다문 해안이 잔잔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나도 떠도는 내 운명을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그레고리안 성가2」- 마종기,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문학과지성사, 2002, p.29.

 

 

 

 

 

 

 

 

 

 

 

오늘은 26일, 숫자 '26'을 보면 심장이 아프다. 의미를 갖는 숫자들은 나의 일상을 출렁이게 한다.

작정하고 '26'을 생각하기로 한 날. 매번 너무 멀리 도망 다니고 있다는 생각.

흐트러진 마음, 휘청 거리는 마음들은 제 자리가 없다. 떠도는 마음, 생각들......

그러나 나는 떠도는 '내 것 아닌' 내 것들을 원망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날 끌어들였고, 잡아둘 수 없는 시간들은 나를 숨 쉬게 한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이기를 바라는 깊은 숨을;

나의 마지막이자 시작인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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